현대 도시는 ‘수직화’라는 명분 아래 고층화가 점점 가속되고 있습니다. 특히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에서는 평균 20층 이상의 아파트가 표준이 되었습니다. 그만큼 고층 거주자는 더 이상 일부 특수 계층이 아닌 일반 시민 전체를 대표하는 집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. 하지만 놀랍게도, 재난에 관한 정부 훈련 매뉴얼이나 대피 시뮬레이션에는 '고층 거주자 전용 대피 전략'은 여전히 부실하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. 예를 들어 지진, 화재, 정전, 엘리베이터 마비 등 복합 재난이 동시에 일어났을 때, 25층 이상에 거주하는 사람은 구조 인력의 접근조차 어렵기 때문에 한순간에 도시 속 고립자가 될 수 있습니다. 일반적인 건물 내부의 수직 계단은 진입로가 불안정하고, 스프링클러나 환기 시스템도 정전이 될 경우 무..